2005년 8월, 떼제 공동체 설립자 로제 수사가 ‘정신질환자’에 의해 피살되었다. 저자는 로제 수사의 장례식을 치른 지 열흘 후에 떼제를 찾아가 그날의 정황과 떼제의 미래에 대해 수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로제를 추억하면서 그의 삶을 돌이켜 정리했고, 그 결과를 세계 도처에서 날아든 추모의 글들과 함께 이 책에 담았다.
로제 수사는 평화와 화해에 평생을 바쳤다. 그를 의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도 적지 않았다. 그들은 공동체가 ‘떼제 운동’을 벌이려는 것은 아닐까, 다시 말해 떼제를 주축으로 어떤 교파를 만들려는 것은 아닐까 의심했다. 하지만 공동체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들을 찾는 이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삶을 그저 동행할 뿐이다. 지금도 해마다 떼제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온 젊은이 수천 명이 만나 대화하며 삶에 새로운 자극을 얻어 간다. 떼제가 ‘성공한’ 이유는 아마도 공동체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을 그곳에 ‘붙잡아 두지’ 않고 세상에 파견하기 때문일 것이다. 공동체 수사들은 사람들을 그곳에 묶어 두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리스도라는 길을 사람들과 함께 가고자 한다. 떼제를 찾아간 사람들의 경험이 이를 아주 인상 깊게 말해 주고 있다. 이 책에서 로제 수사의 글을 다시 만날 수 있다. 그가 옆에 앉아 그의 충만한 삶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듯하다.
이 책은 로제 수사 선종 후 “떼제 공동체가 존속될 것인가?” “그렇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라는 시급한 물음에 답한다. 로제 수사의 후임자 알로이스 수사는 자기 앞에 놓인 과제와 떼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그가 보여 주는 미래는 로제 수사 선종 후에도 떼제가 변함없이 존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떼제는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고, 공동체를 찾아온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교파를 초월하여 세계 곳곳에서 젊은이들이 모여들 것이다. 가난, 불의, 인류의 고통에 맞선 싸움은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될 것이다.
로제 수사의 죽음과 관련된 정황도 언급된다. 로제 수사가 피살된 뒤 떼제에 날아온 수많은 편지와 장례식 추도사에는 깊은 연대감과 우정이 가득 담겨 있다. 이 책에 실어 그에 담긴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독자에게 전하고자 한다.
떼제는 많은 사람과 함께 ‘이 세상 신뢰의 순례길’을 가고 있는 살아 있는 공동체다. 로제 수사는 ‘하느님의 오늘을 사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책의 이야기들과 지난 일에 대한 기억들이 보여 주듯 떼제 공동체는 로제 수사가 없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하느님의 오늘을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떼제의 강점은 비판, 지적 자극, 의문 제기, 예측, 회고, 책으로만 가르치는 신학이 아니라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일, 깨어 있는 마음, 침묵, 함께 노래 부르기, 기도에 있다. 떼제에 간다는 것은 함께 믿음의 잔치를 벌이는 일, 상하의 구별을 없애는 일, 경계를 극복하는 일, 살아갈 용기를 찾고 발견하는 일을 뜻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떼제의 열린 마음을 느껴 보기를 바란다. 세계 대전, 공산주의, 교파 간 갈등, 가난, 불의의 한가운데서 평화와 화해를 이루는 데 평생을 바친 로제 수사의 삶과 정신을 되돌아보고, 그를 따라 실천할 용기를 얻게 되기를 바란다.
머리말
제1장 신뢰의 순례길 하느님은 우리가 행복하기를 바라신다
제2장 나는 이 가족을 택했습니다 받아들이고 화합하기 내가 떼제에서 찾고 있는 것 폴 리쾨르를 추모하며 성찬, 내면으로 가는 여행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떼제 방문 평화의 미래 믿음의 장소 떼제
제3장 떼제 노래 결단성 있고 신중하게 성경 대하기 단순함과 반복이 지닌 신비
제4장 유럽 젊은이 모임 왜 젊은이 모임을? 슈투트가르트 1996/97년 웁살라 2000/01년 함부르크 2003년
제5장 한 세기와 함께한 삶 로제 수사, 자신의 삶을 말하다 국경을 초월한 우정
제6장 떼제는 많은 뜻을 담고 있는 암호 떼제와의 만남 떠남과 도착 물음이 제기되는 곳 하느님이 가까이 계심을 느꼈다 하느님은 사랑만 하실 수 있다!?
제7장 투쟁과 관상 삶은 계속된다! 훨씬 더 멀리!
제8장 어진 마음과 사랑 로제 수사의 생애 90세 생일에 주고받은 편지
제9장 내가 너의 이름을 불렀다 교계 대표와 정계 인사들의 추도 서한 벗님들의 조문 편지 당신께 성실한 이들의 죽음이 주님의 눈에는 소중하네 장례식
맺는 말 사진 집필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