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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닮은 사람으로 자식들을 키워 낸 어머니를 통해

사제를 우러르기보다는 친근하게 느끼도록 해 주는 고마운 책 !

 

‘어머니!’ 어느 누구도 한 치의 경외심과 그리움 없이 덤덤하게 부를 수 없는, 평범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말. 나이가 들면 들수록 마냥 애달프고 그립지만 부르기만 해도 따듯한 위안과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말마디일 것이다.

2010년 ‘사제의 해’를 보내며, 특별히 성모님과 가정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5월에 사제들이 고백하는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모아 펴낸 책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고달픈 살림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어린 자식에게 신앙을 심어 준 어머니, 어려운 시절 자식에게 라면을 먹이겠다는 일념으로 온가족을 이끌고 상경한 어머니, 사제 아들의 걱정 섞인 푸념에도 끊임없이 당신의 사랑을 퍼 날라 주는 어머니, 방황하는 사제 아들을 위해 밤새도록 뜬 눈으로 묵주알을 굴리는 어머니, 아들이 선택한 사제의 길을 극렬하게 반대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 누구보다 더 깊은 신앙생활을 하는 어머니…….

사제들은 그때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던 어머니의 삶이, 지나고 보니 끊임없는 인내와 사랑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음을, 그리고 그런 사랑을 받고 자랐기에 사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가능했음을 고백하며 어머니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삶의 길을 걷기에 어머니에 대한 애환이 더 깊이 배어 있는 책.

이 책에 담긴 사제들의 가슴 절절한 고백을 통해 우리 어머니의 모습을 돌아보며 그분들께도 한없는 감사와 사랑을 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분들은 자식의 타고난 소명이랄까 근원적인 남다름을 알아보고
자신의 평범한 욕심을 접은 분들이었다.
사제는 인간에 대한 따듯한 사랑과 인간적인 약점에 대한 연민에 있어서
가장 예수님을 닮은 분이라고 여겨지는데 그런 인성의 바탕에는
어머니의 희생적인 사랑이 있었다는 게 사제를 우러르기보다는
친근하게 느끼도록 해 주어 이 책이 고맙다.”

-박완서, 추천의 글에서


[책 속에서]
가끔 우리 어머니를 생각하면 아들을 찾아 세 번씩이나 저 황량한 만주 벌판으로 떠났던 그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옛날에 어떤 이탈리아 소년이 어머니를 찾아 멀리, 남미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가는 눈물겨운 이야기를 읽은 일이 있다. 이에 못지않게 자식을 찾아서 일본으로, 만주로, 그것도 세 번씩이나 떠났던 어머니 생각을 하면 말할 수 없이 가슴이 찡해 온다.

어머니의 사랑-우리 어머니의 사랑-은 참으로 크다. 그것은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서 산과 들을 헤매는 착한 목자의 사랑과 다를 바가 없다. 사실 나는 어머니의 크나큰 사랑을 생각하면서 사랑 그 자체이신 하느님의 사랑은 얼마나 더 크겠는가 상상해 본다.

-김수환, ‘어머니, 우리 어머니’에서


 

“엄마, 그때는 어떻게 살았어?” 하고 물어보면 늘 무덤덤한 답이 돌아온다.

“하느님을 원망한 적은 한 번도 없어. 믿지 않는 사람들도 하늘 보고 별 보면서 다들 말없이 참고 지내는데 나도 이 어려움 꾹 참고 묵묵히 살자고 했지.”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성가는 가톨릭 성가 444번이다. “나는 주를 의지하리 오직 주님만. 참된 구원 얻으려고 의지하리라.” 밖으로 나도는 남편이 야속하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넘어지는 큰댁 동서들의 구박이 서럽고, 교우들의 오해와 비난이 괴로울 때마다 어머니는 성모님을 찾았다. 큰딸이 수녀원에서 나오던 날에도 그랬고, 큰아들과 결혼 문제로 뜻이 엇갈렸을 때도 그랬고, 내 서러움 누가 알아주랴 싶을 때마다 어머니는 성모님 앞에 서서 울고 또 울었다. 평생 앉지 못하고 서서 살다시피 한 어머니를 알아줄 분은 오직 ‘서서 돌보시는’ 성모님뿐이었다.
-김인국, ‘불씨에서 반딧불이가 되어’에서

 

 

‘하느님께서 내 평생 너무 잘해 주셨다.’ 어머니는 평생 옷 한 벌 제대로 입어 보지 못한 분이다. 57세면 살 만큼 산 나이도 아닌데 어머니는 하느님께 아무것도 따져 묻지 않았다. 억울하다거나 아쉽다는 말 한마디 않았다. 하느님에 대한 신앙 안에서 내내 편안해했던 분, 하느님 아니고는 그 무엇에도 행복해하지 못했던 분, 어머니는 하느님을 알았을 뿐이다.

어머니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그렇지, 하느님을 알면 그 무엇도, 심지어는 죽음조차 나에게서 ‘평화’를 빼앗아가지 못하겠지. 어느 누구도, 어떤 사건이나 환경도 나를 어쩌지 못하겠지. 사람들의 험담에 흔들리거나 돈이나 명예 때문에 삶이 온통 뒤죽박죽 되지도 않겠지. 일상의 작은 일 때문에 속상해하거나,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하거나, 무엇을 원하거나 얻으려고 할 필요가 없겠지.
김찬진, ‘어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에서

 

 

우리 어머니, 생각만 해도 재미있는 분이다. 때로 대화가 잘 안 된다. 내가 사는 수도원, 어렵지만 그럭저럭 먹고 살 만하니 그러지 말라 해도, 어머니는 때만 되면 뭘 그리 바리바리 싸서 보낸다. 후배들한테 창피하기도 해서, 제발 그러지 말라고 아무리 부탁해도 소용이 없다.

……‘어머니’라는 단어만 봐도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송구스럽고, 한편으론 안타깝고 안쓰럽다는 생각이다. 사제나 수도자로서의 삶이 가끔 마음에 안 들 때가 있다. 어머니를 바라볼 때 그렇다. 점점 병약해지고 연로해져만 가는 어머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멀찍이서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처지……. 아들이 사제, 수도자라는 이유 때문에 한평생 조심조심 살아온 어머니 생각에 그저 죄송스러울 뿐이다.
양승국, ‘수동의 인생’에서

 

 

나 역시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내가 공부할 때 함께 깨어 있어야만 하고 내가 새벽에 일어날 때 밤잠 안 자고 있다가 깨워야만 하는 줄을……, 내가 아플 때 한숨도 자지 않고 밤새도록 물수건을 이마에 대 주며 기도하고 같이 아파해야만 하는 줄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자녀들 앞에서는 꿋꿋하게 서 있어야 하는 줄을……, 그리고 하느님처럼 한없는 사랑을 주되 언제나 그 자리에 꿋꿋이 서 있어야만 하는 줄을…….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밤새도록 우는 어머니, 자식들 앞에서 아버지의 옛날얘기를 하며 행복해하는 어머니, 당신에 대해 작은 관심을 기울이거나 당신을 뵈러 가면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본 후로는 어머니도 결국 나에게 사랑을 받아야 하는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임희택,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에서

 

 

잠에서 깨었습니다. 물을 마시러 거실로 나왔더니 어둠 사이로 안방의 불빛이 새어 나왔습니다. 조심히 들여다보니, 무릎을 꿇고 양팔을 든 채 묵주기도를 바치며 울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새벽이 밝아 올 시간까지 엄마는 눈물의 밤 기도를 봉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엄마는 몹쓸 아들을 위해 평생을 저 모습으로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 불효자식은 미치도록 죄스러워 방으로 돌아와 베갯잇이 젖도록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아침과 더불어 결심을 새로 굳혔습니다. 사제로서의 삶이 나 홀로의 몫이 아님을 깨달으며 엄마의 기도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듯이 앞으로도 엄마는 나의 가장 든든한 기도 후원자가 될 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 순간 왠지 모를 위로와 용기가 샘솟았고, 그렇게 엄마 덕분에 내 길의 큰 고비 하나를 넘어설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날 이후로도 엄마의 밤 기도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엄마가 나르는 기도의 수레는 예전보다 더 자주 더 오래 하늘을 향해 분주히 오르내렸습니다.
- 김강정, ‘피에타 상의 성모님처럼’에서

  

 

 신학교 방학을 해서 집에 가면, 새벽 네 시에 어김없이 일어나 성모 상 앞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끔 장난기가 발동하면 나는 어머니를 품에 안고 가스렌지 앞으로 간다. “어머니가 성당 나가시면 손에 장을 지지신다고 했으니 가스 불에 장을 지집시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절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민다. 심지어 신학교 합격하던 날 매를 맞은 사람은 나 외에는 없을 거라고 말씀드리면 당신은 절대로 나를 때린 적이 없다고 펄펄 뛴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머리통과 어깨가 욱신거리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어머니가 좋다.

사랑 많은 어머니의 모습은 내 인생의 큰 기쁨이다.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맛있는 ‘라면’을 먹이기 위한 상경이 영원한 생명을 얻는 ‘성체’를 먹이기 위한 상경이 되었으니 어머니에게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에도 감사와 찬미를 드린다.

-황창연, ‘라면과 성체’에서

 

 

사제품을 받고 첫 부임지로 떠나던 날, 어머니는 내게 사제 수품 선물이라며 작은 보따리 하나를 건넸습니다. 임지에 가서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풀어 보라 하였습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첫날 저녁 그 선물 보따리를 풀어 본 나는 어머니의 깊고 깊은 사랑에 목이 메어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 보따리 안에는 장롱 깊숙이 차곡차곡 보관해 두었던 내 갓난아기 적 배냇저고리들과 정성스럽게 적은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막내 신부님! 당신은 원래 이렇게 작은 사람이었음을 기억하십시오…….”

돌아보면 어머니의 그런 작고 깊은 사랑의 속삭임들이 사제로서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여겨집니다. 성직자, 수도자의 길을 가는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느라 하루하루가 어느새 지나가는지 모르겠다는 어머니. 자식들을 하나 둘 당신 품에서 떠나보낼 때마다 심장이 한 조각씩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던 어머니의 마음을 내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오세민, ‘어머니가 주신 선물 보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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