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초심자들과 똑같은 보폭으로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풀어내는 감동의 기도 에세이!
동짓달 긴 어둠은 뜨거운 기도 없이 견뎌내기 어려운 침묵의 시간입니다. 기도하는 이라면 그 침묵의 밤이 외롭지도 두렵지도 않을 것입니다. 기도는 믿음 생활을 살아 있게 하는 호흡이요, 가슴 뛰게 하는 맥박이요, 좌절 앞에서 만나는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나 장소가 흔한 것도 아닙니다.
이 책은 기도가 무엇이고, 어떻게 기도해야 하며, 왜 기도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 쉽고 친절하게 들려줌으로써 평소 신자들이 가지고 있던 기도에 대한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 줍니다. 특히 활동수도회인 살레시오회 수도 사제로 가난한 청소년들과 함께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일상을 보내는 저자의 기도 이야기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그 어떤 것보다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이 책은 4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기도에 대한 개념과 기본적인 기도에 대해 짚어 주고 있고, 2부와 3부에는 가톨릭 신자들이 자주 바치는 다양한 기도에 대해서, 4부에서는 기도 클리닉과 같은 바쁜 현대인들을 위한 기도 처방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만의 특징이라면, 저자의 기도 레슨을 요약 정리하거나 주옥같은 기도문과 기도 관련 상식을 담은 기도 팁(Tip)이 매 주제마다 실려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기도에는 왕도나 지름길이 없음을, 그리고 매일 한 걸음씩 오르막 계단을 오르듯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기도에 익숙해지고 친밀해지면서 기도의 참맛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본문에서]
저 역시 오랜 세월 묵주기도를 그저 습관적으로 바쳐 왔습니다. 그저 열심히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만 반복하며 기계처럼 묵주기도를 바쳤습니다. 그러다 보니 입으로는 열심히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었지만 마음은 이곳저곳 정처 없이 돌아다닌다거나 이러저러한 잡념들로 가득 찰 때가 많았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 기도의 방향을 살짝 틀어봤습니다. 각 신비, 각 단에 해당되는 복음구절을 머릿속에 그려가면서 묵주기도를 바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묵주기도를 드렸더니 한 가지 특별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묵주기도와 함께 예수님의 생애, 성모님의 생애를 자주 묵상하다 보니 견딜 수 없을 것 같던 현실이 견딜만한 날들로 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은 예수님과 성모님께서 겪으신 고통에 비교할 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점차 고통스러운 현실, 마음에 들지 않는 내 삶에 대해서도 조금씩 ‘예’라고 대답할 용기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상처투성이인 부족하고 보잘것없는 나 자신은 물론 이웃들을 좀 더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 ‘묵주기도, 성모님과 예수님 일생을 묵상하다’ 36~37p
연도는 장례식장에서만 바치는 기도가 아닙니다. 꼭 제사상 차려놓고 바치는 기도도 아닙니다. 꿈속에서조차 그리운 그 사람을 위해서, 살아생전 해드린 게 너무 없어서 송구한 그분을 위해서,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부터 나는 그를 위해서 어디서든, 언제든지 바칠 수 있는 좋은 기도가 연도입니다. 연도를 바치면서 우리는 하느님과 성인성녀들, 그리고 먼저 떠난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연도를 통해 나약한 우리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크신 자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연도를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죽음을 미리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연도는 우리를 아주 간단하고 효과적인 피정으로 인도합니다.
- ‘연도, 먼저 떠난 이들을 위한 기도’ 47p
언젠가 꽤 위중한 환자에게 병자성사와 봉성체를 거행하기 위해 한 병실을 찾았습니다. 그날따라 교통체증이 무척 심했고, 또 길을 잘못 찾아 헤매다가 많이 늦었지요. 그리고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어서 병실에 도착하자마자 속전속결로 병자성사를 집전했습니다. 그리고 재빠르게 영성체 예식을 거행했습니다.
엄청 바쁘고 여유 없는, 그래서 무척 성의 없어 보이는 저에 비해 환자의 모습은 정말 진지했습니다. 엄숙하다 못해 거룩해 보였습니다. 마치 시가 수억의 다이아몬드 반지라도 받듯이 아주 조심스럽게, 그리고 정성껏 성체를 손에 받았습니다. 그리고 마치 이 세상에서 마지막 예식을 행하듯이 진지하게 성체를 영했습니다. 이어서 눈을 감고 깊은 침묵과 함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1분, 2분, 3분…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대충 성사를 거행했던 저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 ‘미사, 가장 훌륭한 기도’ 89~90p
언젠가 성대한 성탄 전야 미사가 끝나고 행사에 오신 분들이 모두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였습니다. 저 역시 서둘러 행사 자리로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제 시선이 성당 제대 앞에 마련된 구유에 머물렀습니다. 작고 소박하지만 정성껏 마련된 성탄 구유, 그 안에 모셔진 아기 예수님, 마리아와 요셉, 목동들, 동방박사들, 가축들…. 저는 갓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을 홀로 남겨두는 것에 대한 송구스러움에 발길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아무도 없는 캄캄한 성전 성탄 구유 앞에 홀로 앉았습니다. 2천 년 전으로 돌아가 보았습니다. 침묵 가운데 편안한 자세로 앉아 한 인물 한 인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좋은 묵상기도가 되더군요.
- ‘구유 앞에서 드리는 묵상기도’ 145~146p
청원기도를 드릴 때 내 위주의 기도를 탈피하라고 배웠습니다. 내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먼저 찾는 기도, 개인에 앞서 공동선을 위한 기도를 바치라고 배웠습니다. 수험생인 내 자녀를 위해 기도하기에 앞서 수험생 전체를 위한 기도, 고생하는 교사들을 위한 기도, 교육 제도와 관련된 우리 모두의 회개를 위해 기도해야겠습니다. 그렇게 큰마음으로 기도할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성숙한 기도를 어여삐 보시고 필요한 부분을 넘치도록 채워 주실 것입니다.
- ‘수험생을 위한 기도’ 159p
‘이웃을 위한 기도’와 관련해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열심히 이웃을 위한 기도를 바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웃을 위한 기도가 단순히 입술로만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골방 안에서, 기도문 안에서, 성전 안에서 드리는 이웃을 위한 기도로는 부족합니다. 이웃을 위한 기도가 이웃의 깨어지고 부서진 삶, 그들의 아픔과 상처 속으로 스며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웃을 위한 기도가 실현될 수 있도록 우리의 발걸음이 이웃이 겪고 있는 고통스러운 현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 아픈 현실 안에서 그들과 연대하고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노력을 통해 이웃을 위한 기도는 더욱 빛을 발할 것입니다.
- ‘이웃을 위한 기도’ 180p
예수님께서는 자신만만하던 바리사이의 기도는 호되게 나무라시고 너무나 부끄러워 얼굴도 들지 못한 채 성전 기둥 뒤에 숨어 서서 간절히 바치던 세리의 겸손한 기도 “오,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를 높이 평가하셨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겸손의 덕을 지닌 사람에게는 하느님의 놀라운 은총이 뒤따르는데, 그는 아무리 짓눌려도 다시 일어설 힘이 생깁니다. 아무리 무거운 십자가가 따라다닌다 하더라도 기쁘게 십자가를 지고 갈 용기가 생깁니다. 아무리 직면하기 어려운 사건, 대하기 힘든 이웃이라 할지라도 미소 지으며 맞이할 여유가 생깁니다.
‘겸손한 기도는 하늘을 움직인다’ 211p
수많은 환우들이 우리가 지금 너무나도 당연히 여기는 일들, 내가 가고 싶은 곳 마음대로 걸어 다니는 일, 자기 힘만으로 밥 먹는 일, 통증 없이 잠드는 일… 그 평범한 일들을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일로 여기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 안에서 보다 자주 감사기도 거리들을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향한 진심 어린 감사기도를 드리면 좋겠습니다. 가족들에 대한 감사, 주어진 일들에 대한 감사, 나란 존재 자체에 대한 감사,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
- ‘꼬일 때일수록 드려야 하는 감사기도’ 232p
물고기 배 속에서 보여 준 요나의 태도는 기도가 무엇인지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요나는 늦었지만 물고기 배 속에서 자신의 삶을 재정립합니다. 그간 세상을 향했던 주파수를 하느님께로 맞춥니다. 즉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기도란 이렇게 우리의 채널을 하느님께로 맞추는 일입니다. 그래서 그분의 음성을 듣고 그분의 뜻을 파악하고 그분의 뜻을 실천하는 일이 기도입니다.
- ‘벼랑 끝에서 바치는 기도’ 236p
기도는 우리들의 구체적인 일상생활 안에 하느님을 위한 작은 공간 하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또한 기도는 동료 인간들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이웃들과 평화롭게 지내는 것, 내게 상처 준 사람을 관대하게 용서하는 것, 나그네를 너그럽게 맞이하고 후하게 친절을 베푸는 것이 곧 기도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리와 정의, 공동선을 위해 헌신하는 삶이 곧 기도입니다. 결국 최선의 삶이 최선의 기도인 것입니다.
- ‘바쁜 일상 안에서 바치는 기도’ 257p
여는 글 4
기도는 한없이 열린 창입니다
첫 레슨을 시작하며 14
무엇을 청할 것인가? 21
주님의 기도, 아름답고도 완벽한 28
묵주기도,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 일생을 묵상하다 35
연도, 먼저 떠난 이들을 위한 기도 42
염경기도, 교회 공동체와 함께 바치는 49
묵상기도와 관상기도, 주님과의 더욱 친밀한 만남 56
성체조배, 사랑하는 주님 앞에 머무는 기도 63
십자가의 길을 걸으며 70
기도는 나를 비우는 연습입니다
화살기도, 바쁜 이들을 위한 특별한 처방 80
미사, 가장 훌륭한 기도 86
렉시오 디비나, 말씀과 함께하는 기도 93
침묵기도, 깊은 내면의 교감 100
피정, 그분 안에서의 쉼 기도 107
성경, 기도의 길잡이 113
가장 적합한 기도 장소는? 121
고해성사, 넘어진 사람을 일으키는 치유의 기도 128
성모님에게 배우는 사랑과 관용의 기도 134
기도는 함께 흘리는 눈물입니다
구유 앞에서 드리는 묵상기도 144
성지순례, 친목을 위한 관광? 아니면 기도피정? 151
수험생을 위한 기도 157
가정기도, 이 세상 작은 교회를 위한 주춧돌 164
먼저 떠난 자녀를 위한 기도 170
이웃을 위한 기도 176
착한 죽음을 준비하는 기도 183
프란치스코 성인에게 배우는 기도 190
기도는 사랑에 눈뜸입니다
응답 없는 기도 앞에서 200
겸손한 기도는 하늘을 움직인다 206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기도 213
하느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드는 기도 220
꼬일 때일수록 드려야 하는 감사기도 227
벼랑 끝에서 바치는 기도 234
분심 사용 설명서 241
우울할 때 바치는 기도 248
바쁜 일상 안에서 바치는 기도 256
양승국 신부
글쓴이 양승국 신부는 살레시오회 소속으로 1994년 사제품을 받고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위한 구룹홈"나눔의 집" 에서 생활했다.
그리고 1997년 교황청립 살레시오 대학에서 영성신학을 수학하고 "청소년 교정사목 및 양성" 담당을 거쳐,
현재 서울 대림동 살레시오 수도원 원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