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U. von Balthasar, Theologie der Drei Tage(성삼일신학), Johannes Verlag Einsiedeln (1990)20112, pp. 272.
성삼일은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절정을 이룬다는 점에서 신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기 중 하나다. 더구나 성삼일에 대한 신학적 이해는 초세기부터 여러 이단 논쟁을 거쳐 오늘날의 가톨릭 교리가 정립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토대를 이루었다. 이렇듯 중요한 성삼일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유명한 신학자인 발타사르의 저작 Theologie der drei Tage를 미리내 천주성상 성직 수도회 김관희 신부가 번역한 "성삼일 신학" (인천 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20)이 그것이다.
발타사르는 이 책을 발간하기에 앞서, 신학은 최상의 구체성과 명징함을 유지해야 하며, '화해', '구원','의화' 같은 일반적인 개념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십자가', '하느님의 죽은', '예수의 부활' 등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을 심화하는 일에 더욱 천착해야 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그 말처럼 이 책은 그리스도가 이룩하신 성삼일의 신비를 삼위일체론의 관점에서 낱낱이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서론격인 제1장에서 그리스도의 지상 생애가 온통 수난으로 정향되어 있다는 사실을 논증한 후, 제2장에서는 소위 신성과 인성의 틈, 또는 삶과 죽음의 틈이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나아가 십자가와 부활 사이에 해당하는 틈새를 삼위일체적인 관점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제3장에서 저자는 최후의 만찬에서 시작하여 십자가에 달려 숨을 거둘 때까지의 주님의 일거수일투족과 주변의 반응을 신학적으로 상세하게 해부한다. 제4장은 온전히 저승에서의 구원 행위가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지는지를 가감 없이 솔직하게 묘사하여, 그리스도의 저승행이 우리 인간의 구원 업적에 가져온 파장은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고 못 받는다. 마지막 제5장에서는 에수 부활의 신비를 신학적 관점에서 해부하듯 들여다본다. 이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그분이 주시는 용기와 희망을 갖고 그 길을 힘차게 내달릴 수밖에 없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죽음과 부활의 성삼일의 어느 특정한 자리에 머무를 수 없으며, 십자가 전이거나 십자가 후가 아니라 이 둘을 다 머금어야 한다.
이 논문은 원래 저자가 독일의 신학연속기획물인 Mysterium Salutis(III/2, Benziger Verlag, Einsiedeln 1969, 133-326)에 하나의 장(章)으로 게재했던 글이었지만, 1990년 Johannes 출판사가 단행본으로 엮은 책이다. 이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그의 인생역정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아본다.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1905-1988)는 스위스의 명문 귀족가문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 음악과 특히 문학에 심취해서 이미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하지만, 어머니의 죽음(1929) 이후에 자신의 성소를 발견하고 예수회에 입회하여 신학을 배운 후 사제로 서품된다(1936). 1940년 바젤의 대학생연합회 지도신부로 부임하면서 그의 인생의 흐름을 결정적으로 바꾸게 될 아드리앵 폰 슈파이어(1902-1967)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첫 남편과 사별을 하고 난 후 두 번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의사였다. 어릴 때부터 개신교에 몸담고 있었지만 참된 진리를 추구하던 이 여인은 발타사르를 만나게 되면서부터 가톨릭으로 귀의하게 되고, 또한 그 이후로 환시를 받는 체험을 하게 된다. 특히 매년 성삼일이 되면 그리스도의 십자가 수난고통을 고스란히 받는 영적 체험을 하면서 사적 계시를 받았고, 지도신부이던 발타사르는 그녀가 구술하는 계시의 내용을 직접 받아 적었다. 그녀는 신학을 배운 적은 없지만 지도신부의 가르침을 따라 계시의 내용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발타사르 자신도 그녀가 받은 계시의 내용에 힘입어 자신의 신학의 깊이를 더해가게 된다. 두 사람은 하느님께서 자기 둘에게 부여하신 공동사명이 있음을 깨닫고 의기투합하여 공동으로 재속수도회를 창설하기에 이른다(요한공동체: 이 공동체는 남자부와 여자부에 이어서 나중에는 사제부까지 추가되어 세 수족수도회가 된다.). 이 둘의 관계는 마치 교회 역사의 ‘이중임무’를 탁월하게 보여주었던 십자가의 요한과 아빌라의 테레사, 요한 에우데스와 마리아 드 발, 그리고 프란치스코 드 살과 요안나 샹탈 등과 같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발타사르가 예수회에 소속된 신분으로서 이 공동과제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장상들과의 협의 하에 예수회를 탈퇴하고(1950) 스위스의 쿠어(Chur) 교구에 입적하여 교구사제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발타사르는 슈파이어가 구술한 계시 내용을 출판하기 위해, 그리고 향후 자신의 작품들을 출판하기 위한 방편으로 ‘요한출판사’라는 출판사를 설립한다. 슈파이어는 심장병이라는 지병이 있는 데다 수난 체험으로 인해서 육신이 피폐해져서 65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1967). 예수회를 탈퇴한 이유로 한때 ‘변절수도자’라는 낙인이 찍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의 꾸준한 신학적 저술뿐 아니라 학술적 활동을 통해서(그는 유수의 다른 신학자들과 더불어 Communio라는 국제적인 신학 월간지를 창설하기도 했다.) 그리고 교구사제로서의 모범적인 봉사에 힘입어 성 요한바오로 2세 교황님에 의해 바오로 6세 국제학술상을 받았고, 같은 교황에 의해 1988년 6월 추기경에 임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추기경 서임 이틀 전 조용히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신학적 작품들은 한 사람이 평생 읽지도 못 할 어마어마한 양을 자랑한다. 119권의 단행본, 532편의 논문, 114편의 공동 집필서, 110권의 번역서, 29편의 소논문, 103개의 머리말 또는 후기, 93편의 서평, 그리고 마지막으로 13편의 논문모음이다. 여기에는 슈파이어가 구술한 환시 내용을 직접 ‘받아 적은’ 60여 권의 책들은 빠져있다. 특히 그가 작고하기 전에 완성한 그의 역작인 미학적 신학 삼부작(전15권: Herrlichkeit, Theodramma, Theologik)은 ‘현대의 신학대전’이라고 칭하기에 손색이 없는 대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성삼일신학’이 차지하는 자리는 가히 이 수많은 작품들 가운데 정중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신학적 핵심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를 삼위일체론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인데, 그리스도가 이룩하신 구원사건의 핵심인 성삼일의 신비를 낱낱이 풀어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선 하느님의 비하 문제를 오로지 성자의 수난에만 초점을 맞춰 피상적으로만 하느님의 고통을 논술하는 신학 관행을 꼬집고, 육화사건에서부터 출발하여 실질적으로 ‘하느님의 죽음’을 설명하려고 한다. “육화는 십자가에서의 비하보다 더 심한 굴욕”(16)이라고 거침없이 표현하는 저자는 성자의 죽음이 뭇 인간의 죽음과 같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두 번째 죽음’, 그러니까 인간의 모든 죄와 저주를 몽땅 한 몸에 뒤집어쓰고 “결정적으로 하느님께 ‘심판(요한 12,31)을 받아서 저주를 받고 지옥에 내팽개쳐진 자의 죽음, 곧 두 번째 죽음”(31)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보통 ‘성삼일’이라고 하면 성목요일부터 성토요일까지를 이르지만, 이 책에서의(‘성삼일신학’) 성삼일은 성자가 죽음을 당하는 성금요일부터 부활 당일까지를 말하고 있다.
저자는 제1장에서 서론 격으로 그리스도의 지상생애가 온통 수난으로 정향되어 있다는 사실을 논증한 후,
제2장에서 소위 신성과 인성의 틈(hiatus), 또는 삶과 죽음의 틈이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하느님이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 인간조건을 그야말로 “속속들이” 경험해보기를 원했다면, 죄인이며 동시에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 ‘최후’를 맞이할 때의 상태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죽어서 하느님과 단절된 상태에까지 들어가 보기를 원했을 것이기에 바로 이 십자가와 부활 사이에 해당하는 틈새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연후에 나머지 세 장에서는 각각 죽음과 지옥, 그리고 부활을 적나라하게, 이제까지는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방법으로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한마디로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삼위일체적인 관점에서, 시쳇말로 3D의 시각으로 입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제3장에서 저자는 최후의 만찬에서 시작하여 십자가에 달려 숨을 거둘 때까지의 주님의 일거수일투족과 주변의 반응을 신학적으로 상세하게 해부한다. 특히 올리브동산에서의 피땀 흘림과 십자가 위에서의 절규 등을 피상적으로 치부하거나 심지어 가현론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경계한다.
제4장은 온전히 저승에서의 구원행위가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지는지를 가감 없이 솔직하게 묘사한다. 다시 말해서 죽음의 상태에서의 ‘능동적인’ 구원활동은 있을 수 없으므로 성토요일만큼은 어디까지나 ‘수동적인’ 연대의 상태에서 구원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솔직하게 발언한다. 또한 저승을 림보, 연옥, 어린이들의 지옥, 그리고 본연의 지옥 등 지하세계에 네 가지 “계류지”(繫留地; Behältern)로 구분해서 설정해 놓은 것은 어디까지나 초기 스콜라신학자들이 아무 근거 없이 마구잡이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그리스도의 저승행이 우리 인간의 구원업적에 가져온 파장은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고 못 박고 있다.
마지막 장인 제5장에서는 예수 부활의 신비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예수님은 부활하신 바로 그날 승천하셨다는 것이 신학계의 정설인데도, 성서에서는 예루살렘에서의 발현과 갈릴래아에서의 발현을 동시에 보도하면서도 천연덕스럽게 넘어간다. 심지어 루카는 자신의 복음에서는 부활 당일 승천한 것으로 기록하면서도 사도행전에서는 40일 이후에나 승천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모순적인 복음선포에도 성서가 2천 년 가까이 아무 의심 없이 독자들에게 읽히는 이유를 저자는 심오한 신학적 이유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한마디로 역설에는 역설이 제격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이 책은 1969년에 출판되었는데, 거의 20년이 흐른 뒤에 저자는 지옥에 대한 생각을 모아서 자신이 죽기 불과 한두 해 전에 발표한 것이 바로 다음 두 권의 책이다. ‘발타사르의 지옥 이야기’, 바오로 2017, ‘발타사르의 구원 이야기’, 바오로 2018. 본서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옥에 관한 위의 두 책을 먼저 읽은 후에 섭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사료된다.
역자 김관희 신부
서 문
제1장. 육화와 수난
1. 수난으로 정향된 육화
2. 성서의 증언
3. 전승의 증언
4. 비하와 하느님의 새로운 모습
5. 신학 작품들에 나타난 수난
제2장. 하느님의 죽음, 인간구원과 계시와 신학의 요람
1. 신성의 틈
2. “십자가의 복음”과 그 논리
3. 십자가와 철학적 사고
4. 틈의 연결
5. 틈으로의 접근
가. 묵은 계약으로부터의 접근
나. 새 계약으로부터의 접근
6. 십자가와 신학
제3장. 십자가를 향한 여정(성금요일)
1. 죽음으로 정향된 예수의 생애
가. 비하된 삶을 살아감: 십자가의 죽음을 불사하는 순종
나. 운명의 시간을 의식하면서 살아감
다. 예수는 수난을 미리 앞당겨서 받았다?
라. 나눔의 삶
2. 성체성사
가. 죽음을 앞둔 자발적 선물
나. 빵과 포도주: 식사와 희생제물
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비체
3. 올리브동산
가. 고독
나. 죄악의 문턱
다. 순종으로 집중된 수난
4. 체포당하심
5. 소송과 판결
가. 그리스도인, 유대인, 이방인: 판결의 주역들
나. 교회의 처신
다. 예수의 처신
6. 십자가에 달리심
가. 십자가와 심판
나. 십자가에서 남기신 말씀들
다. 십자가 에피소드
7. 십자가와 교회
가. 열린 심장
나. 십자가에서 탄생한 교회
다. 스승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힘
8. 십자가와 삼위일체
제4장. 죽음을 향한 여정(성토요일)
1. 방법론
2. 신약성서
3. 죽은 이들과의 연대
가. 셰올(저승)
나. 셰올의 상태
다. 연대
라. 저승의 불확정성
4. 하느님의 아들의 죽음이란?
가. 두 번째 죽음의 경험
나. 죄 본연의 경험
다. 삼위일체적인 사건
5. 지옥의 구원
가. 연옥
나. 쇠사슬로부터 풀림
제5장. 성부를 향한 여정(부활)
1. 신학적 언명
가. 언명의 일관성
나. 언명의 삼위일체적인 구조
다. 부활하신 분의 자체증언
2. 주석현황
가. 진퇴양난과 해결의 시도
나. 성서학자들의 선택
3. 신학적 관점의 상징적 해석
가. 상징의 필요성
나. 부활의 해석
다. 부활하신 분의 실존상태
라. 교회의 창설
마. 파스카신비를 살아감
약어표 및 참고문헌
글쓴이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1905년 스위스 루체른에서 태어나, 1927년에 독일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936년에 예수회 사제로 서품되었다. 1944년에 신비가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와 함께 재속수도회(요한공동체)를 창립하여 지도신부가 되고, 1947년에 요한출판사를 설립했으며, 1950년에 예수회를 퇴회하고, 1956년 쿠어Chur 교구에 입적했다. 1973년에 국제 신학 월간지 Communio(공동체)를 공동 창간하고, 1988년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으로부터 추기경직에 서임되었으나 수여식 사흘 전에 타계했다. 평생 동안 119권의 단행본, 532편의 논문, 114편의 공동 집필서, 110권의 번역서를 남겼고, 말년에 집필한 주저 Herrlichkeit(신학적 미학) 3부작(총 15권)은 현대판 신학대전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옮긴이 김관희 마르첼리노 신부
* 1988년 미리내 천주성삼 성직 수도회 사제로 서품
* 1996년 로마 라테란대학교에서 교의신학 박사학위 취득
* 인천가톨릭대학교에서 삼위일체론(~2014) 강의
*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성사총론(~2018) 강의
* 현재 수원가톨릭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에서 성사론, 그리스도론 강의
* 다음의 역서를 펴낸 바 있다.
안젤로 아마토, "예수 그리스도 : 그리스도론", 김관희(역), 수원가대출판부 2014.
바티스타 몬딘,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삼위일체론", 김관희(역), 인천가대출판부 2013.
발터 카스퍼,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 삼위일체론, 김관희(역), 수원가대출판부 2013.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지옥이야기", 김관희(역), 바오로딸 2017.
한스 우루스 폰 발타사르, "구원 이야기", 김관희(역), 바오로딸 2018.
한스 우루스 폰 발타사르, "성삼일 신학", 김관희(역), 인천가대출판부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