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것을 말하다.’
힙스터 작가와 수도자의 경건한 동행
『두 개의 시선』은 힙스터 작가와 흡인력 있는 수도자가 하느님과 세상에 대한 28가지 주제를 각자의 이야기로 풀어낸 책이다. 각각의 주제는 행복, 성공, 환경, 사치와 같이 일상에서 한번쯤은 이야기를 나눠 봤을 주제들부터 사막, 걱정, 분노, 위기 등 어쩌면 타인과 나누기 어렵다고 생각했을 법한 주제들, 그리고 신앙, 하느님, 소명, 영원 그리고 사랑으로 이어지는 종교적인 주제들까지 세상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들을 망라해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삶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것을 ‘나의 이야기’로 자유롭게 나누는 것에서 우리의 삶은 한층 더 풍요로워진다.
‘세상’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시선
‘이야기’가 가진 힘은 놀랍다. 머릿속에 세상 가장 귀한 진리가 들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글로든 말로든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달되지 않은 이야기에는 힘이 없다. 이야기는 파동과도 같아, 가서 닿아야만 감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수녀님과 글쟁이, 사과처럼 동그란 턱과 뒤덮인 수염, 하얀 수도복과 검정 후드티, 약학 박사와 건축 전공자 ….” 서로 다른 두 저자는 이 책, 『두 개의 시선』에서 각자의 이야기로 하느님과 세상에 대한 28가지 주제를 풀어낸다. 같은 주제를 다룬 ‘두 개의 시선’은 불협화음으로 느껴지거나, 이 책을 읽을 독자의 생각에 대한 간섭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서로 다른 배경의 두 사람의 이야기가 때로는 넓은 스펙트럼으로 해당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전환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고, 때로는 독자가 갖고 있던 주제에 대한 생각에 확신을 불어넣어 주는 근거가 되어 주기도 한다.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관점을 다듬기
하지만 세상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떠돌기도 한다. 때로는 정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감동이라는 이름으로, 또 때로는 악의적인 목적을 담은 선동이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들은 세상을 부유浮游하고 있다. ‘다양성’이 하나의 덕목으로 자리 잡은 세상, 절대적인 진리가 외려 도태되어야 할 낡은 사조처럼 오해되는 세상에서 개인은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다듬어 세상에 내어 놓을 것인가?
자신의 관점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두 개의 시선』역시 두 저자들이 자신의 삶에서 녹여 온 자신의 관점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열매 맺어 서로에게 주고받은 결과물이다. 자유롭고 활동적인 미르코의 글과, 부드럽고 예민한 우르술라 수녀의 글에서 우리는 각각의 주제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관점에 대한 뚜렷한 대조를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에서, 혹은 그 시선들 사이의 어떤 시점에서 자신의 이야기로 그 주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다름’은 더 이상 ‘틀림’이 아니다.
사유의 확장으로 이어지는 지적 성장의 마중물
생각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은 결국 대화와 소통으로 이어진다. SNS와 온라인으로 대표되는 오늘날 소통의 광장은 편의성과 신속함이라는 놀라운 장점에도 불구하고, 선택받은 소수의 의견이 대중의 의견으로 대표되는 착시의 위험 또한 매우 높은 수준으로 등장한다. 많은 이가 ‘좋아요’를 누른 글에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요’를 누른 것으로 소통과 개인의 의사 역시 표현된 것으로 간주한다.
이제는 유행이 지난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은 인내에 관한 신조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자신의 생각이 남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정제되지 못했기 때문에 ‘말할 수 없음’의 의미 또한 담겨 있다고 본다.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로 전환할 수 있는 사유의 확장은 이제 능력의 영역에 들어섰다. 『두 개의 시선』은 점점 더 중요해지면서도 쉽사리 갖추지 못한 사유의 확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효과적인 텍스트가 되어 줄 것이다. 미르코와 우르술라 두 사람이 만든 두 개의 시선 사이에서 곧바로 또 하나의 ‘새로운 시선’이 등장할 여지는 충분하다.
생각을 정제된 언어로 풀어내 내 안의 이야기를 구축하는 과정
미르코와 우르술라는 하나의 주제를 두고 자신의 생각을 풀어낸다. 그것은 서로의 생각을 노출하는 과정이자 동시에 서로의 세계를 상대에게 인식시키는 과정이다. 미르코와 우르술라는 각자 28개의 세계를 상대에게 열어 주고, 서로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자신의 인식을 확장시킨다. 이것은 작가와 수도자라는 위치가 만든 특수성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 우리가 이웃이나 친구,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배운 사귐의 감수성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분자화된 개인의 시대에 어쩌면 가장 먼저 퇴화되고 있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대화’의 능력은 누구나 할 수 있음에도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은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두 개의 시선』은 독서라는 활동으로 서슴없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그것은 ‘이야기’의 직전 단계까지 자신의 생각을 확장하는 과정이다. 『두 개의 시선』은 세상에 존재하는 주제들을 정제된 언어로 풀어내 자신의 이야기로 만드는 과정을 두 개의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그것은 저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듯이 정답은 아니다.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미르코도, 우르술라도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완전하지 않더라도 생각을 하고,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어 세상에 전하는 일일 것이다. 『두 개의 시선』은 무엇보다도 ‘나’라는 독선에 빠지지 않고 다른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것, 서로의 이야기에서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것 등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말하다 006
우르술라Ursula와 미르코Mirko 011
머리말
성당 신자석과 술자리 사이에서 021
하느님과 세상에 대한 사유들
행복 혹은 행운 028
허영 혹은 자만 036
성공 043
자유 051
무조건 친환경? 064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073
사치 084
죄 094
신뢰 103
우정 112
성性 123
사막(광야) 131
걱정 혹은 두려움 141
분노 151
위기 159
욕망 170
결정, 결단력, 그리고 충실함 179
희망 187
유대와 공동체 194
신앙 204
하느님 215
소명 227
성덕(거룩함) 237
고향 247
죽음 257
미래 266
영원 275
사랑 283
맺음말
두 개의 시선으로부터 얻은 통찰 293
감사의 글
미르코와 우르술라의 감사 인사 296
옮긴이 후기
진지한 고민이자 경건한 구도의 여정 300
글쓴이 미르코 쿠진
1974년생, 현재는 프리랜서 편집자와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자신의 글로 여러 번 상을 받기도 했다. www.sprachrhythmus.de라는 주소로 블로그를 운영하며, 토비아스 빔바우어Tobias Wimbauer와 함께 『백 가지Hundert Dinge』라는 책을 썼다.
글쓴이 우르술라 헤르테비히
1975년생, 국가시험인 약사 고시를 치르고 약사로 일했다. 2002년에 약제 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는 가톨릭 수녀로 아렌베르크의 도미니코회 공동체에서 생활하고 있다.
옮긴이 허석훈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1999년 사제로 서품되었다. 서울대교구 양재동 성당에서 2년 간 보좌 신부로 재임 후, 2002년부터 2011년 1월까지 뮌헨 예수회 철학대학에서 유학했고 「에디트 슈타인의 철학 (발전) 여정 안에서 존재의 의미」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에서 1년간 일했으며, 2012년부터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