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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Gottes Karriere nach unten


오늘날 사람들은 성탄의 의미를 잊어 갑니다.

많은 이에게 성탄은 그저 사람들과 선물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날입니다.

신앙인들이라면 하느님의 아드님이 사람이 되어 오신 과거의 사건을 기념하는 날로 보낼 것입니다.

그것으로 충분할까요? 아닙니다. 성탄은 과거에 한 번 일어나고 끝난 사건이 아닙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시어 낮은 곳으로 임하시는 사건은 오늘 우리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여러 사상가와 성인의 예화와 그리스도교 성화를 통해 성탄이 우리 안에서 늘 새로이 일어나는 사건임을 분명히 말해 주고 있습니다.



성탄은 오늘 일어나는 사건이며,
오늘 나의 삶을 변화시킵니다.


저자인 그레샤케 신부님은 오랫동안 오스트리아 빈 대학과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교의신학 교수로 봉직했고, 은퇴 후에도 로마의 그레고리오 대학에서 초빙교수로 후학을 가르쳤습니다. 그레샤케 신부님은 지금까지 교의신학에 관한 여러 저작, 특히 교회론과 창조종말론 분야의 중요한 저작을 많이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그레샤케 신부님이 평생 동안 쌓아 온 학문적 성취와 명망에 비해, 국내에서는 많은 책이 소개되지는 않았습니다. 이 책은 그레샤케 신부님이 성탄을 주제로 2019년 빈 가톨릭 아카데미에서 했던 강연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리스도교 사상가들이 어떻게 성탄을 묵상해 왔는지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상가들의 글뿐 아니라 성탄과 관련된 성화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림 시기는 그리스도교의 큰 축제인 성탄을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대림 시기를 어떻게 보냅니까? 성탄 분위기에 취해 어디를 가나 난장판입니다. 상점이나 백화점에는 성탄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번화가의 휘황찬란한 조명과 장식에 어지러울 지경입니다. 성당이나 교회에서 성탄 구유가 눈에 띄면 이제 동화 속 한 장면의 재연인 듯 ‘예쁘다, 귀엽다’라는 탄성과 함께 사진을 찍고는 그냥 지나치고 말 뿐입니다. 성탄은 사람들과 선물을 주고받거나, 친한 친구나 가족과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날이 되었습니다. 신앙인들이라면 좀 더 ‘신앙적으로’, 이천 년전 하느님의 아드님이 사람이 되어 오신 일을 기념하는 날로 성탄 전례에 참석하며 보낼 것입니다. 그것으로 충분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성탄에 사랑하는 사람들, 보고 싶었던 사람들과 만나 뜻 깊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성탄 전례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성탄에는 그리스도교의 신비, 즉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어 오셨다는 더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오신 일은 과거에 한 번 일어난 사건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성탄은 과거에 일어난 일을 기억하는 데만 그치지 않습니다. 성탄은 바로 오늘 일어나는 일이며, 오늘 나에게 일어나야 하는 일입니다.


이 책은 성탄이 오늘에도 계속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여러 그리스도교 사상가를 소개하며, 그 사상가들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성탄을 묵상해 왔는지 우리에게 알려 줍니다. 마이스터 엑카르트, 로욜라의 이냐시오, 마르틴 루터, 쇠렌 키르케고르, 키아라 루빅, 그 외에도 많은 이가 등장할 것입니다. 사상가들의 글과 생각뿐 아니라 성탄과 관련된 성화와 이콘도 함께 소개하고, 이를 신학적으로 해설합니다. 사상가들과 이콘이 한결같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낮은 곳으로 임하시는 사건이 ‘바로 오늘’ 우리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성탄은 오늘 내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과, 오늘 내가 내 삶을 대하는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오시는 사건은 과거의 일로 끝나지 않습니다. 성탄은 우리 안에서, 그리고 우리를 통해서 계속되어야 합니다. 성탄은 우리 안에서 늘 새로이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성탄에 관한 다양한 글과 이콘을 묵상하면서, 독자들이 성탄을 더 깊고 풍요롭게 이해하게 되길 바랍니다. 저자는 성탄이 이천 년 전에 한 번 일어나고 끝나 버린 사건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느님이 세상의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시어, 세상의 모든 비천함과 비루함을 끌어안으시는 일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우리 안에서, 그리고 우리를 통해서 그분의 탄생은 계속됩니다. 성탄의 의미가 퇴색되어 가는 요즘 하느님께서 낮은 곳에 오신 이유와 참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책 속에서]

성탄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선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이는 로욜라의 이냐시오가 『영신 수련』에서도 강조한 내용입니다. 이냐시오는,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를 기도 속에서 어떻게 성찰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성탄 축제를 어떻게 해야 올바로 거행할 수 있는지를 알려 줍니다. 이냐시오는 말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오신 사건을 이해하기 전에, 우선 이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를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지금 여기, 이 구체적인 세상을 보아야 합니다”(19쪽).


삼위일체를 표현한 이콘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은 아마도 안드레이 루블료프(1360~1430)의 이콘일 것입니다. 루블료프는 1410년경에 세르기예프포사트에 있는 삼위일체 수도원에서 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지금은 모스크바의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지요. 이 이콘은 이후 등장하는 러시아의 삼위일체를 표현하는 성화들에 일종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이 이콘에서 는 예술적 요소와 신학적 내용이 조화를 이룹니다. 사람들은 이 이콘이 지닌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보고, 이 이콘이 ‘삼위일체를 미학적으로 증명’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28~29쪽).


성자께서 ‘사람’이 되시어 우리의 세상 안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우리 세상의 ‘일부’가 되셨지요. 하느님은 육화를 통해 우리의 세상을 당신의 세상으로 받아들이셨고, 우리의 세상을 당신 삼위의 생명과 결합하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육화의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육화의 유일한 목적이 타락한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55쪽).



들어가며


I  난장판, 쇼핑 행렬, 스트레스 그리고 커다란 동경 또는 성탄에 아직 남아 있는 것


II  저의 세계가 곧 하느님의 세계입니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기(로욜라의 이냐시오)
  루블료프의 삼위일체 성화
  삼위일체의 생명 안에서 움직이는 세계
  창조와 관여
  극적인 삼위일체
  사람이 되시어


III  낮은 곳에 계신 주님
  자신을 버리고, 자신을 낮추시는 하느님
  시작은 구유에서, 마침은 십자가에서
  가없는 사랑(쇠렌 키르케고르)
  내가 무너지더라도 사랑을(마이스터 엑카르트)
  나자렛: 변화된 세상 – 변화된 일상
  놀라운 표징


IV  “내 안에서도 태어나소서”(게르하르트 테르슈테겐)
  우리 마음 안에 태어나시는 하느님
  “우리는 마리아가 되어야 합니다”(안겔루스 질레지우스)
  우리 안의 그리스도
  바로 지금 태어나시는 하느님



역자 후기



글쓴이 기스베르트 그레샤케
1933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1954년부터 1961년까지 독일과 로마에서 철학, 신학, 교회음악을 공부했다. 1960년 사제 서품을 받고 수년간 본당 사목을 한 후 1969년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4년부터 1999년에 은퇴할 때까지 오스트리아 빈 대학과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신학부에서 교의 신학, 교의사, 교회일치 신학을 가르쳤다. 교의 신학, 교회론, 창조종말론에 관한 책을 다수 집필했다.


옮긴이 허찬욱
대구대교구 사제로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종교철학 전공)를 받았다. 현재는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