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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와 주변 도시의 보물 읽어 주는 사제 
이탈리아 밀라노의 곳곳에 숨어 있는 신앙의 보화들을 찾아내어 그 의미를 읽어 주는 책. 밀라노의 브레라 국립 미술원Accademia di Belle Arti di Brera에서 ‘교의 미술Art and Dogma’을 전공한 저자 박홍철 신부가 밀라노에서 5년여를 지내면서 밀라노와 주변 도시들에 숨어 있는 신앙의 보화들을 직접 찾아보고 스스로 체험한 바를 에세이 형식으로 소개한다. 
『밀라노에서 온 편지』는 팬데믹 등으로 모두가 힘겨운 상황에서 숨은 기적을 찾아낸 영적 일기와도 같은 에세이로, 모두가 힘든 이 현실에서 위로가 되며, 특히 밀라노에서 한 달 살기를 계획하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밀라노에 숨겨진 보화 찾기 
이탈리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즉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명실공히 그리스도교 신앙의 중심지로 인정되는 ‘로마’가 떠오를 것이다. 그에 반해 밀라노는 이탈리아 최대의 대도시권을 형성하며 패션, 금융, 쇼핑으로 이름을 날리는 화려한 세속 도시로만 보이기 쉽다. 그래서 가톨릭 교회의 보화를 밀라노에서는 얼핏 찾기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밀라노는 유구한 전통의 암브로시오 전례Rito ambrosiano를 보존해 온 밀라노 대교구가 자리한 곳이고, 고딕 양식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인상적인 성당으로 알려진 밀라노 대성당Duomo di Milano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밀라노에서 온 편지』는 현지를 잘 알고 그곳에서 직접 살아본 사람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밀라노만의 숨겨진 보화들을 하나하나 섬세한 감성으로 읽어 내어 독자에게 전해 준다. 

밀라노와 사랑에 빠지는 데 걸리는 시간, 
그리고 밀라노에서의 한 달 살기 
『밀라노에서 온 편지』의 첫 장은 밀라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개략적인 밀라노 탐방을 소개한다. 두 번째 장부터는 밀라노만의 매력과 밀라노에서 한 달 정도 머물면서 찾아가 볼 만한 곳을 흥미롭고 의미 있는 이야기들로 소상히 들려주고 이미지로 보여 준다. 
특히 밀라노를 개략적으로 소개하는 첫 장에서는 ‘기차 환승을 위해 밀라노에서 몇십 분만 있다가 떠나야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물음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밀라노에서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세 시간이 주어진다면, 한나절이 주어진다면, 하루가 주어진다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면 좋은지 재치 있게 답해 준다. ‘교의 미술Art and Dogma’을 전공하며 밀라노에서 5년여를 지낸 저자는 ‘밀라노와 사랑에 빠지는 데는 하루면 충분하다.’라며 밀라노와 친해지는 방법을 상냥하게 소개해 준다. 

밀라노의 아름다움 
『밀라노에서 온 편지』의 두 번째 장부터는 밀라노를 잘 알고 현지에서 직접 살아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소중한 장소와 사람들을 예술가 사제다운 감성 풍부한 필치로 소개한다. 
성당 안이 아름다운 프레스코화로 가득해 밀라노 사람들의 자랑거리이자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과 비견되는 산 마우리치오 성당Chiesa di San Maurizio al Monastero Maggiore, 라파엘로 산치오(Raffaello Sanzio, 1483-1520년)의 「동정녀 마리아의 결혼식」이나 그 밖의 르네상스 시대 회화 작품들과 브레라 예술 학교 교수 프란체스코 아예츠(Francesco Hayez, 1791-1882년)의 「입맞춤Bacio」 시리즈 등 고금의 귀한 작품들을 소장, 전시한 브레라 미술관, 독일의 예술가 귄터 뎀니히Günter Demnig가 나치 정권의 유대인 말살 정책으로 죽어 간 이들을 기리며, 그들이 살았던 거리에 설치한 작품 ‘스톨퍼슈타인Stolpersteine’ 기념비 등 밀라노의 아름다움을 글과 그림으로 감상하도록 안내한다. 

밀라노의 성당들 
밀라노에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구구절절 전해오는 성당들이 많다. 우선 고딕식 성당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렬한 밀라노 대성당을 들 수 있다. 『밀라노에서 온 편지』의 저자는 이 성당에서 세 가지의 얼굴을 보았다고 한다. 밀라노 대성당은 무엇보다 색색의 대리석을 운반해 밀라노만의 독특한 성당을 구축하려고 나빌리오 운하까지 팠고, 브라만테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건축가들의 손을 거쳤으며, 암브로시오 성인과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유물들이 현존하는 곳이다. 그리고 유니콘까지 그려져 있는 작고 아름다운 성당인데 이름만은 거인의 이름으로 불리는 ‘산 크리스토포로 성당la chiesa di San Cristoforo sul Naviglio’, 동방 박사들의 유해 일부가 있으며 밀라노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중 하나인 ‘산 에우스토르조Sant Eustorgio 대성당’, 876년에 세워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종탑과 더불어 암브로시오 성인의 형인 사티로Satyrus 성인을 기념하는 작고 아담한 ‘산 사티로 성당Chiesa di Santa Maria presso San Satiro’ 등을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함께 서사적으로 그린다. 
그런가 하면 모스코바역 근처의 1400년대 고딕 양식으로 새로 복원된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의 ‘모후의 관을 쓰신 성모 마리아Santa Maria Incoronata’ 성당에 있는 양팔 없는 십자가도 소개한다. 이 십자가는 처음 기증할 때부터 ‘양팔 없는 모습’이었다며, 이 십자가를 보는 이가 바로 그리스도의 양팔 역할을 하도록 깨우친다는 일화도 소개한다. 

밀라노의 성지 
밀라노의 주교 암브로시오 성인이 네로 황제의 박해로 순교한 성 나자로와 성 첼소의 시신을 발견한 장소를 기념하여 세운 ‘산타 마리아 프레소 산 첼소Santa Maria presso San Celso’ 성당은 기적의 성모 마리아 성지라고 한다. 이곳은 1485년 12월 30일 오전 11시 미사 중에 「암브로시오의 성모Madonna di S. Ambrogio」라고 불리는 성화를 통해서 첫 번째 기적이 일어났다. 당시 페스트균이 쥐를 통해 밀라노와 가까운 항구 도시부터 퍼졌는데, 암브로시오의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님이 그려진 성화에 덮여 있던 천이 걷히면서, 성모 마리아의 모습이 300명의 신자들 앞에 드러났다. 이후 밀라노에서는 전염병이 순식간에 물러났다고 한다. 
두 번째 기적은 1620년 7월 13일에 일어났는데, 죽음의 전염병 앞에서 사람들은 다시 필사적으로 기도했다. 이번에는 성 나자로와 성 첼소 성인을 양옆에 두고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던 15세기 프레스코 성화인 성모 마리아가 미소 대신 사람들을 향해 눈을 지그시 감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날 이후로, 이 성화를 「눈물의 성모Madonna delle Lacrime」라고 불렀다고 한다.  

밀라노가 사랑한 사람들    
밀라노가 사랑하는 대표적인 성인이자, 악마가 질투할 정도로 착한 목자로 알려진 암브로시오 성인이 공경한 성인들이 있다. 바로 네로 황제의 박해 시대에 밀라노에서 순교한 쌍둥이 형제 게르바시오와 프로타시오 성인이다. 이들은 재산을 모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내주고, 수도 생활을 하던 나자리오 성인과 함께 지내다가 박해 때 붙잡혀 밀라노에서 우상 숭배를 강요받으며, 엄청난 고문을 당했다. 게르바시오 성인은 납을 댄 채찍에 맞아, 프로타시오 성인은 참수형으로 죽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밀라노에서 온 편지』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20세기 중반의 군종 신부이자 복자인 카를로 뇨끼 신부도 소개한다. 뇨끼 신부의 마지막 꿈은 자신의 각막을 앞을 못 보는 아이들에게 이식하여 광명을 주는 것이었다. 당시 1950년대는 장기 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했고 수술의 성공 여부도 불확실했다. 그래서 수술은 이탈리아 경찰의 체포를 피해 스위스에서 비밀리에 진행했다. 결국 시대를 앞서간 이 각막 이식 수술로 인해 사회적으로 장기 기증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 있었다고 한다. 

로마 전례와 조금 다른 밀라노 전례 
밀라노에서 거행되는 전례는 아름답지만 로마식 전례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기도 하다. 미사의 ‘예물 봉헌’ 전에 ‘평화의 인사’를 한다든가, 대림 시기가 로마 전례보다 2주 일찍 시작되는 것 등의 차이가 있다. 저자는 부활 바로 전 슬픔의 주일인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수도원 마당에서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뻐하며 악기를 연주하고 환호하는 교우들을 바라보며 잠시 멍해졌다고 고백하면서도 밀라노 대교구의 ‘암브로시오 전례’ 또한 ‘성스럽고 풍요로운 전례’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밀라노인의 삶 
시내 가까이에 있어 일상에서 죽음을 기억하기 좋은 밀라노 기념 공원묘지Cimitero Moumentale는 대성당이나 귀족의 집을 떠올릴 만큼 아름다운 입구와 이탈리아 최초의 근대식 화장장 시설을 갖춘 것으로 유명하단다. 젊은 연인들이 조용히 산책을 하기도 하는 이 공원묘지를 밀라노인들은 떠나간 가족을 기억하는 따뜻한 장소로 느끼며, 무엇보다 유명한 건축가들이 만든 오래된 조각들이 많다고 한다. 

가 볼 만한 밀라노 주변 도시들 
이탈리아에서 유일하게 독일의 예술가 에기노 바이너트(Egino Weinert, 1920-2012년)의 작품이 있다는 갈레아차의 마리아의 종 수녀원Suore Serve di Maria di Galeazza은 그의 작품인 경당 성물들과 ‘어머니의 길La via Matris’ 또한 인상적이다. ‘어머니의 길’은 성모님의 일곱 가지 시련을 말하는데, 16세기부터 형태를 갖춘 신심이라고 한다. 
『밀라노에서 온 편지』는 작가 에기노 바이너트가 누구보다 ‘성모님의 고통의 길’을 잘 이해한 작가라고 소개한다. 열네 살에 독일 베네딕토 수도원에 입회한 그는 나치의 광풍으로 군에 징집되어 전쟁 중 오른손을 잃고 수도원에서도 퇴회하여 거리에서 구걸로 연명해야 했다. 그에게 사라진 건 오른손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향했던 그의 길이었다. 다시 왼손과 가슴팍으로, 때로는 떨리는 호흡과 영혼 깊이 자리한 신앙을 조각과 칠보 기법으로 창작해 내기까지 그는 고통스러운 방황을 거듭했다. 그래서 갈레아차의 ‘어머니의 길’에는 평생 살고 싶었던 수도원을 떠나오면서 겪어야 했던 작가의 심경과,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하느님의 깊고 끝없는 자비가 작품에 말없이 배어 있는 것 같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페라라의 성체 기적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페라우올로Ferrauolo’라는 강가에 모여 성모 마리아의 성화를 모시고 자주 기도했던 곳에 ‘산타 마리아 인 바도Santa Maria in Vado’ 성당이 세워졌다고 한다. 1000년 무렵 유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의 실재 현존을 부정하는 성체에 대한 이단 사상이 급속도로 번졌는데, 1171년 부활절에 한 사제가 이 성당에서 미사 중 축성한 성체를 쪼개는 순간, 들고 있던 성체에서 붉은 성혈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이때 나온 성혈은 미사 드리던 제단 위 원형 천장까지 격정적으로 흩뿌려졌고, 그 광경을 여러 신자들이 목격했다고 한다. 지금도 순례자들이 제대 양옆 계단으로 올라가면 예수님의 성혈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기다림의 성모 
중세의 향기를 간직한 도시 볼로냐 시내에 위치한 마리아의 종 남자 수도회 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dei Servi의 「기다림의 성모」는 비탈레 다 볼로냐(Vitale da Bologna, 1309?-1360/1361?년)라는 유명 화가가 그린 프레스코 벽화이다. 세월을 견딘 성모님은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인간적인 기쁨과 머뭇거림으로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며, 두렵지만 설레는 표정을 동시에 지녔다. 그 소박한 이미지는 겸손한 모습으로 다가와 감동을 주기에 사람들은 ‘출산의 성모’ 또는 ‘기다림의 성모’라고 불렀다. 이 작품은 출산을 앞둔 여인이 어머니 마리아가 되어 가는 여정을 잘 표현했다고 저자는 평한다.

추천사    4
들어가는 글    7

Ⅰ밀라노와 사랑에 빠지는 데 걸리는 시간
밀라노에서 보물 찾기   14
천사가 허락한 시간   32

Ⅱ 저는 지금 밀라노에 와 있습니다
용은 왜 노아의 방주를 탈수 없었을까?   40
그들은 왜 입맞춤을 했을까   49
밀라노가 사랑한 군종 신부   58

Ⅲ 밀라노, 밀라네제
세 가지 얼굴의 대성당   70
희망의 가시   78
행복한 밀라노인의 고백   86

Ⅳ 꿈이 있나요?
유니콘을 품은 성당   96
수레가 멈출 때   104
밀라노의 사막   114

Ⅴ길 위의 길에서 
길 위의 길에서   126
길 위의 길에서 … 그리고 다니엘   134
길을 찾아, 갈레아차   142

Ⅵ 페르케Perch??
그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154
소녀가 손짓한 도시 파비아   162
양팔 없는 십자가   171

Ⅶ 인생의 맛, 각설탕 하나
천사가 머문 다리   182
로마의 아녜스   190
세 사람을 위한 하나의 무덤   199

Ⅷ 거룩한 사랑이 머무는 자리, 어머니
미소와 눈물의 성모   210
기적을 찾아 떠난 도시 페라라   218
기다림의 성모   224

Ⅸ 밀라노에게 보내는 편지
교황님의 휴가   236
쇠사슬과 뿔이 있는 성당   244
밀라노에게 보내는 편지   252

나가는 글    264




글쓴이 박홍철 

서울대교구 사제로, 현재 삼각지 성당에서 사목하고 있다. 그는 교회의 아름다운 가르침인 교의를 예술적인 시선에서 재해석하려는 ‘교의 미술Art and Dogma’ 분야를 연구하기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의 브레라 국립 미술원Accademia di Belle Arti di Brera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여기서 그는 교회의 프레스코화를 비롯하여 회화와 판화, 세라믹 그리고 현대 디지털 비디오까지 다채로운 분야를 두루 공부하였고, 최우수 점수로 졸업 논문을 통과하였다. 그 후 밀라노와 라벤나 등지에서 모자이크 연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