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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토마스 머튼을 연구한 저자가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자신이 소화하고 묵상한 머튼의 영성을 담았다. 머튼은 고독과 침묵, 기도와 관상을 통해 자신 안에 이미 살아 계신 사랑이신 예수님을 발견했고 그분과 사랑으로 하나 되어 그 사랑을 사람들과 나누고자 했다. 머튼의 생애와 영성은 다원화된 오늘날의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어야 하는지, 어떻게 사람들을 사랑하고 다른 종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에 대한 모델이 되고 있다.


사랑의 하느님, …
저의 모든 것, ‘저의 사랑’마저도 가져가시고,
오롯이 당신의 사랑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오롯이 당신의 사랑이 되게 하소서.


토마스 머튼(1915~1968)은 북미에서 널리 알려진 현대 영성가다. 지난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미국의회에서 연설할 때 마틴 루서 킹과 도로시 데이와 함께 토마스 머튼을 미국을 대표하는 그리스도인으로 소개했다. 토마스 머튼의 많은 저서가 한국어로 번역·출판되고 있지만, 한국인으로서, 가톨릭 수도승으로서 머튼의 영성을 해석하고 묵상하여 한국 독자들에게 직접 소개하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저자의 박사 학위 논문 『토마스 머튼의 수행과 만남』이 학술 서적에 가깝다면, 『그리스도의 사랑이 되어라』는 머튼의 영성을 우리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저자 자신이 소화하고 묵상한 내용을 담았다. 2019년 5월부터 2020년 5월까지 「가톨릭평화신문」에 연재된 머튼에 관한 글과 여러 곳에 기고한 머튼의 영성에 관한 글을 모아 엮은 것으로, 토마스 머튼의 영성을 더욱 가까이, 편안하게 만날 수 있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토마스 머튼의 영성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의 삶과 영적 여정을 통해 우리 자신을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머튼이 처음부터 깊은 영성가가 된 것은 아니다. 그는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외롭고 힘들게 살았으며, 지적 반항아로서 방탕하게 살았다. 머튼은 지난 과거를 청산하고 회개의 길을 걸어 수도원에서 하느님을 찾고자 하는 갈망으로 자신을 불태웠지만, 동시에 여전히 자신 안에 있는 거짓 욕망과 영웅적 우월주의에 직면하며 내적 갈등의 시간을 겪었다. 그의 방황과 혼란은 수도자가 된 후에도 계속되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고 하느님을 찾고자 했다. 그의 여정은 물질문명 속에서 소외되고 방향을 잃고 헤매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머튼은 고독과 침묵, 기도와 관상을 통해 자신 안에 이미 살아 계신 사랑이신 예수님을 발견했고 그분과 사랑으로 하나 되어 그 사랑을 사람들과 나누고자 했다. 머튼의 생애와 영성은 다원화된 오늘날의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어야 하는지, 어떻게 사람들을 사랑하고 다른 종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에 대한 모델이 되고 있다. 이 책이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참된 진리 혹은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나아가는 데 하나의 영적 길잡이요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 특히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고 때로는 종교 간의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이 책이 종교 간 대화의 좋은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책 속에서]

저는 토마스 머튼 신부님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머튼 신부님께 더욱 매료됩니다.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으면 새로운 점을 또 발견하게 됩니다. 그가 하느님과의 일치를 위한 과정에서 기록해 놓은 내적 이야기들은 저의 내면의 갈등을 이해하게 해 주며, 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깨닫게 해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그 내용이 너무 심오해서 한 번에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그 내용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지나갑니다. 왜냐하면 나중에 그 대목을 다시 읽으면 그 내용이 깊이 가슴에 와닿곤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깨달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머튼의 책은 예수님의 사랑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이해하기 더 쉬워진다는 것입니다(9쪽).


어린 시절 머튼에게 가장 큰 충격은 부모님의 죽음이었다. 여섯 살 때 어머니가 위암으로, 열여섯 살 때 아버지가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도 없고, 아버지도 없고, 친구도 없고, 집도 없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그에게 하느님의 자리도 없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소위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삶에서 “처음으로 적막함과 공허감, 버려짐의 고통을 알게 되었다”라고 고백한다. 외적 외로움과 엄청난 무게의 공허감을 채우기 위해 “지적 반항아”가 되어 갔으며 병적인 쾌락주의에 빠졌다. 하지만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하는 그의 불안한 마음은 오히려 안정적인 집인 수도원을 찾게 했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세상을 거부하는 그의 외로움은 영적인 고독을 갈망하게 했으며 세속을 떠나 깊은 고독과 침묵 가운데 살아가는 트라피스트 수도승이 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23~24쪽).


깊은 명상 가운데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그분과의 신비로운 사랑의 일치를 체험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관상’觀想(contemplation)이다. 이러한 하느님 사랑과의 일치는 우리가 우리 자신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해 준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힘으로 도달할 수 없는 은총으로서의 관상 체험에 지나치게 집중하여 ‘일상’의 중요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 관상을 통해 깨어난 이는 거창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것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작은 들꽃에서 우주를 바라보는 이들이다(36쪽).




머리말_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까?


제1장 토마스 머튼의 기도와 관상
 이미 내 안에 계신 그리스도와의 일치
 기도: 하느님의 신비 속에 들어가 그분을 발견하는 것
 기도에 대한 새로운 이해: 관상적 깨어남을 위한 준비
 자기비움과 겸손으로 기도하라: 기도함으로써 기도를 배워 간 머튼
 기도할 때, 당신이 하느님을 뵙고 있는 것처럼 하느님 앞에 있어라!
 기도, ‘이미’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
 기도 중의 분심: “분심이 든 적이 없다면 기도할 줄 모르는 것이다”
 관상이란 무엇인가?
 관상, 명상 그리고 묵상의 차이는 무엇인가?
 우리 안의 주님을 발견하고 사랑으로 깨어나야
 관상은 하느님의 선물이며 성령의 활동이다
 “관상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신 이유입니다”
 관상에서의 하느님 찾기: 이미 와 계신 하느님을 깨닫기
 관상은 내 안에 살아 계신 그리스도를 체험하고 그 사랑을 나누는 것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관상


제2장 토마스 머튼의 영적 성장
 ‘어둔 밤’이란 무엇인가?
 모든 곳에 계시면서 아무 곳에도 계시지 않는 하느님
 “우리의 내적 삶을 샅샅이 살피는 것은 영적 성장의 본질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본래의 마음으로 깨어나기
 영적으로 성장한 이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예수님의 마음이 된다’는 것


제3장 토마스 머튼의 하느님께 이르는 길
 머튼, 완벽한 고독을 갈망하다
 머튼의 고독: 예수님과의 깊은 영적 유대와 사랑의 길
 하느님의 말씀은 침묵이다
 집착과 초연


제4장 토마스 머튼의 성모 마리아 영성
 “성모님께서 제 마음을 모두 가지셨습니다”
 “저의 삶은 빛에 의해 창문과도 같이 사라짐입니다”


제5장 십우도를 통해 본 머튼의 선불교 이해
 십우도를 통해 ‘어둔 밤’을 이해하다
 십우도는 처음부터 선불교의 것이 아니었다
 십우도와 그리스도교의 관상 여정
 십우도에서 그리스도교의 관상적 삶 배우기
 십우도를 통한 종교 간 대화
 전망과 결론


토마스 머튼이 아시아에서 바친 기도


후기_ 토마스 머튼은 나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간추린 토마스 머튼의 생애와 주요 작품
참고문헌


글쓴이 박재찬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사제. 1991년 입회하여 2001년 사제로 서품되었다. 수도원 청・지원 책임자와 성소 담당자 및 한국 남자 수도회 장상 협의회 사무국장을 지냈다. 2010년부터 9년간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영성신학을 공부했으며, 토마스 머튼과 종교 간 대화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 『토마스 머튼의 수행과 만남』Thomas Merton’s Encounter with Buddhism and Beyond: His Interreligious Dialogue, Inter-Monastic Exchanges and Their Legacy으로 2019년 아시아인 최초로 국제 토마스 머튼 학회에서 수여하는 ‘토마스 머튼 상’을 수상했다. 2021년에는 한국가톨릭학술상을 받았다. 그 외 저서로는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예수님의 가정은 아무 문제가 없었는가』, 『부부 둘이 하나, 정말 가능한가』 등이 있다. 현재 왜관수도원 본원장과 피정의 집 책임자로 일하면서, 국제 수도승 종교 간 대화 위원회(DIMMID)에서 수도승 종교 간 대화 한국 위원회의 책임을 맡고 있으며,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 간 대화 위원회 위원으로도 봉사하고 있다.


그린이 하삼두

남해의 섬마을에서 나고 자랐으며, 동아대와 홍익대를 거치며 동양화가의 길에 접어들었다. 글과 그림을 함께 담은 『여백에 머물다』, 『알로이시오 신부』, 『지금 여기』, 『그렇게 말을 걸어올 때까지』 등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