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음악, 영화에서 길어 올린 슬픔 이야기
문학과 음악, 영화와 미술이라는 다양한 우물에서 길어 올린 22편의 에세이. 슬픔과 고통에 관한 성찰을 담은 이 책은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려는 이에게 도움이 되고, 그리고 슬퍼하는 이에게는 작은 위로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유연하고 넓은 사유를 갈망하는 독자들의 갈증을 달래줄 것이다.
“슬퍼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니,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는 일은 타인을 마주할 때마다 매번 새로이 시작해야 하는 일입니다. 타인의 슬픔을 온전히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것, 힘든 것을 넘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이 타인을 이해하는 일의 시작점이라 믿습니다.” -‘책머리에’ 중에서
초연결 사회,
그러나 진정한 ‘공감’이 없는…
오늘날 우리는 한 번의 클릭으로 친구, 가족, 동료, 심지어 유명인과도 소통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 온 세계가 촘촘히 연결된 사회를 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살면서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슬픔, 고통, 애도 등의 감정은 그 누구와도 온전히 ‘공감’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세상이다. 이러한 감정은 누구나 겪게 된다는 일종의 보편성 때문에 우리는 타인의 슬픔, 고통, 애도의 감정을 알고 이해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을 느끼고 표현하고 치유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른 고유한 것이기에 쉽사리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이런 우리에게 대구 가톨릭대학교 교수이자 종교 철학자(신학 박사)인 허찬욱 신부가 문학, 음악, 영화, 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 작품을 통해 슬픔을 다르게 경험하고 이해하여 진정한 ‘공감’을 학습하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책 『원래 그런 슬픔은 없다』를 생활성서사에서 펴냈다.
문학과 음악, 영화로 녹여낸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
『원래 그런 슬픔은 없다』는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긴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성찰을 딱딱한 이론이 아니라, 문학과 음악, 영화 이야기로 녹여 낸다.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 아니 에르노의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케테 콜비츠의 판화에서 인간이 느끼는 슬픔이 얼마나 다양한 층위를 가지는지 읽어 내고, 비틀스와 마일스 데이비스의 음악에서는 신앙 언어의 문제를, 아바와 쳇 베이커의 음악에서는 삶의 태도를 성찰한다. 셀린 시아마의 영화 『쁘띠 마망』과 미야모토 테루의 소설 『환상의 빛』에서는 서로 어긋나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 낸다.
종교 철학자가 쓴
22편의 인문 에세이
저자 허찬욱 신부는 종교 철학자로서 학생들에게 철학을 가르치지만, 그들이 철학만 공부하길 바라진 않는다. 철학이라는 큰 이야기가 들려주지 못하는 작은 이야기를 문학과 음악, 영화에서 읽어 내길 바란다. 『원래 그런 슬픔은 없다』는 어쩌면 이러한 그의 바람에서 나온 에세이일지도 모른다. 그는 읽고 보고 듣고 느끼는 행위, 생각한 것을 말하고 쓰는 모든 행위가 바로 공부라고 강조한다. 허찬욱 신부는 이 행위를 놀이라 불러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좋은 공부는 좋은 놀이와 언제나 맞닿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타인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이 타인 이해의 시작점
『원래 그런 슬픔은 없다』에는 특히 슬픔을 다룬 글이 많다. 「원래 그런 슬픔은 없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욥의 위로자들」, 「애도의 순간」, 「예쁜 것과 약한 것, 그리고 슬픈 것」, 「당신은 모른다」, 「희망과 절망의 변증법」, 「상처를 기억하다」, 「뒷모습은 외롭다」, 「선한 것만 보지 않겠다는 다짐」 등이 타인의 슬픔과 고통, 애도를 다룬 글이다.
책 제목 『원래 그런 슬픔은 없다』는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에서 가져왔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힘들어하는 롤랑 바르트에게 한 친구가 ‘원래 슬픔은 그런 거’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롤랑 바르트는 분노하며, 모든 이에게는 ‘자기만이 알고 있는 아픔의 리듬’이 있다고, 어떤 슬픔도 일반화될 수 없다고 항변한다. “원래 그런 슬픔은 없다”는 제목은 “원래 슬픔은 그런 거라”는 롤랑 바르트 친구의 말을 뒤집은 것이다. 저자 허찬욱 신부는 책머리에서 “타인의 슬픔을 온전히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것, 힘든 것을 넘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이 타인을 이해하는 일의 시작점”이라고 말한다.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려는 이,
그리고 지금 슬퍼하는 이에게 작은 위로가 될 책
문학과 음악, 영화와 미술이라는 다양한 우물에서 길어 올린 『원래 그런 슬픔은 없다』에 담긴 22편의 글은 유연하고 넓은 사유를 갈망하는 독자들의 갈증을 달래 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무심코 받아들이거나 지나쳐가는 것들을 저자는 예리한 눈길로 바라보고 그 의미를 밝히며 진정한 ‘공감’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특히 슬픔과 고통에 관한 성찰을 담은 그의 글은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려는 이에게 도움이 되고, 그리고 슬퍼하는 이에게는 작은 위로가 될 것이다.
무기들의 열병식 속 안식처가 되어 줄 책
서점을 들러 철학, 심리학, 교육학 등 인문 서적 분야를 둘러보면 지식을 통해 삶의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문구를 가진 책이 많다. 지식을 통해 삶의 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책을 보고 저자는 책들이 열병식을 한다고 표현한다. 취업난 속 혹은 사람과의 유대 관계가 예전보다 많이 약해진 요즘 무기가 될 만한 지식을 가지고 서로를 지키는 형국이다. 이러한 시대 속 『원래 그런 슬픔은 없다』는 여러 지식을 그저 감상하고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