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의학 서론과 신론을 소개하는 이 책은 본디 교의학 전 분야를 묶어서 두 권으로 펴낸 책의 첫 부분이다. 원서 1권은 교의학 『서론』, 『신론』, 『창조론』, 『그리스도론』, 『성령론』을 다루며 2권은 『은총론』, 『교회론』, 『마리아론』, 『성사론』, 『종말론』, 『삼위일체론』을 다루고 있다. 원서 두 권의 분량이 워낙 방대해서 우리 실정에 맞게 적당한 분량으로 나누어서 차례로 출간할 예정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쇄신을 반영하여 교의학 교과서로 기획된 이 책은 신학도나 사목자는 물론 그리스도 신앙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신앙인을 위한 교의학 교과서
이 교의학 개론서는 오늘날 조직신학 연구 작업에서 제기·숙고·서술되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내용들에 관한 개요를 제공한다. 「서론」을 제외한 모든 각론은 네 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 “접근”은 오늘날의 난제와 기회와 물음으로 시작한다. 2단계에서는 “성경의 전거”가 상세히 논평되며 하나의 뚜렷한 강조점을 부각한다. 3단계에서 “교의사에서의 발전”이 조망되며 4단계 “체계적 성찰”에서는 성경과 전통을 오늘날의 문제 제기와 연계시키고 신앙 교리를 사변적으로 통찰한다.
「서론」은 「신론」을 필두로 뒤이어 발간하게 될 교의학 각론을 모두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서론」에서는 교의학을 하는 이유와 방법론에 관한 문제들, 신앙적 증언의 형식, 교의학의 전제 및 교의학의 자기이해 등 중요한 사안들을 풀어내면서 교의학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신론」은, 삼위일체 하느님에 대한 신앙이 이후의 모든 각론에서 전제되며 또 구체적으로 표현된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독자들에게 환기시킨다. 이러한 이유로 이 방대한 교의학 개론서의 마지막은 「삼위일체론」으로 마무리된다. 삼위일체론은 마치 하나의 대요(大要)처럼 신앙 전체를 한 다발로 묶으며 또 그로써 동시에 우리 희망의 종국적 목표, 즉 헤아릴 길 없는 하느님의 충만한 생명에의 참여를 주제로 삼아 논구한다. 살아 계신 하느님이 우리에게 가능하게 해 주고자 하시는 참되고 충만한 생명이라는 사상, 이것이 바로 이 책의 핵심이다.
이 개론서는 교의학의 개별적 주제에 꼭 필요한 정보를 모두 제공하고 또한 제기된 주요 문제들과 해결 단초들을 명시하여, 독자들이 그리스도 신앙의 핵심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삼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톨릭의 관점에서 교회일치적 감수성을 지닌 다양한 전문가들이 집필에 참여하였고 철저한 토론을 거친 후 책이 완성되었다.
종종 유럽 신학에는 사변적이고 개념적이라는 말이 따르고, 비유럽 신학이나 제3세계 신학에는 맥락 신학이나 체험과 증언의 신학이라는 말이 붙는다. 유럽 신학은 공의회 신학의 토대가 되었고 새로운 신학들은 모두 유럽 신학을 어느 정도 물려받았다. 교회의 주도적 신학은 여전히 유럽 신학이며 다양한 비유럽 신학들은 유럽 신학의 영향을 외면하기 어렵다. 맥락 신학 및 체험과 증언의 신학은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신학이란 신앙 체험을 언어로 진술하는 작업이기에 사변 신학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신학은 단순한 설교나 진술이나 외침을 넘어서야 하는 일이어서 신학자들의 체험도 개념적으로 정립할 것을 요구한다. 사변 신학이 다른 신학들에 기여할 수 있는 공간이 여기에서 발생한다.
전형적인 유럽 신학의 표본을 보여 주는 이 책은 개론서라고는 하지만 대단히 사변적이어서 장벽이 결코 낮지 않은 책이다. 그러나 신앙 역사의 흐름을 깊이 사색하도록 이끌어 주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 읽을 가치가 있다. 대표 저자 테오도어 슈나이더가 머리말에 밝혔듯이 이 책은 “신앙 교리를 사변적으로 통찰하려 시도한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유럽 사변 신학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에서]
우리는 그리스도교의 ‘시의성’을, ‘정체성’을 희생하면서까지 추구해서는 안 되며, 번번이 당혹스럽고 도발적이기도 한 신앙의 내용을 간과하면서까지 신앙의 치유력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16쪽).
신앙인들은 자기 자신과 세상을 하느님의 진리 안에서 근본적으로 새로이 이해하는 것을 배워, 자신들의 진리에 이르고 또 자유로워지기 위해 해방될 수 있다(17쪽).
교의학은 하느님을 그분의 자기전달 안에서 이해하고자 노력함으로써, 하느님에 관한 ‘합당한’ 언설이라는 규범을 표명하고 또 구체화한다. 하느님의 자기전달에 관한 해석학은 역사적이고 문학적인 다양한 방법론 없이는 성립할 수 없으니, 이 다양한 방법론의 도움으로 성경(또는 신앙전승)의 텍스트를 그 시대의 문서로 읽을 수 있다(19쪽).
교의학의 근본 전제, 그리고 교의학이 성찰하는 신앙의 근본 전제는 인간들을 그들의 진리로 이끄는 하느님의 진리라는 선물, 곧 하느님의 자기선사와 자기전달이거니와, 이것들 안에서 하느님은 인간들에게 진리, 그들을 자유롭게 하는 진리다(28쪽).
하느님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은,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에게 보내어진다. 예수 그리스도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하느님이 보일 수 있게 된 존재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본질말씀인 로고스가 ‘살’(肉)이 되었다. 예수는 온전히 하느님의 영에 사로잡힌 인간, 온전히 이 영에 힘입어 살았던 인간이었다(34쪽).
교의학은 하느님의 자기전달 안에서 밝혀진 복된 하느님 진리에 대한 참된 증언들에 터해 하느님의 구원 의지와 그 실현 방법 — 구원의 ‘경륜’(Ökomomie) — 을 이해하려 애쓴다는 점에서, 체계적인 조직신학(신앙의 학문)이다. 실증적 교의학으로서 조직신학은 성경과 신앙 역사 안의 이 하느님 진리에 대한 참된 증언들을 탐구한다. 사변적 교의학으로서 조직신학은 이 증언들이 주장하는 개별적인 신앙의 진리들[신앙 조목들(articuli fidei)]의 의미 맥락을 뚜렷이 밝혀내려 애쓴다(95-96쪽).
이스라엘의 과거의 야훼 체험들은 이 민족의 그때마다의 현재에 하느님에 대한 희망을, 그리고 미래에도 구원을 창출하실 그분 행동에 대한 희망을 떠받쳐 주는 토대요 그 희망을 규정짓는 결정적 원상(原象)이다(126쪽).
성경 시대에는 하느님의 비존재가 아니라 단지 하느님의 비유효성을 말과 행동으로 주장하거나 한탄했다. 이런 관찰들은 이스라엘에서 유일신교의 성립과 의미를 묻는 물음에 대한 답변을 위해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128쪽).
성경 문서들은 하느님을 결코 이름 없는 분으로 증언하지 않는다. 성경은 ‘야훼’에 관해 말하는데, 그분은 이 이름이 약속인 그 약속을 성취하신다. 또한 성경은 하느님의 ‘로고스’에 관해 말하는데, 이 로고스는 인간이 되었고 또 우리 인간들 가운데에서 우리와 비슷한 존재로 살았다. 하느님에 관한 성경의 언설은, 발생한 그리고 체험된 하느님 계시에 관한 인간의 증언이며, 또한 이 언설은 언제나 믿음 안에서의 인지(認知)로서, 당신 아들 안에서 당신 영을 통한 당신 백성에 대한 하느님의 행동을 이해하고자 하는 숙고이기도 하다(186쪽).
그리스도교의 이해에 따르면, ‘하느님의 계시’는 인간들에게 하느님의 인격적 자기전달이다. 성경 문서들은 하느님으로 하여금 ‘나’로서, 백성이나 개인인 ‘너’에게 말씀하시게 한다. 하느님은 당신 이름을 계시하신다. 이 이름 ‘야훼’ 자체가 구원의 소식이거니와, 이 이름은 하느님의 본질을 그 자체로 정의하거나 한정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을 염두에 두고 언명하며, 또한 인간의 구원 존재를 하느님 본질의 자기규정 안으로 들여온다(200-201쪽).
머리말
[1] 서론
1. 무엇 때문에 교의학을?
2. 이 개론서의 방법론적 경향과 구성
3. 교의학의 전제들
4. 증언의 언설 형식들
5. 교의학의 자기이해
주요 참고문헌
제1부 생명의 하느님
[2] 신론
1. 접근
2. 성경의 전거
3. 교의사에서의 발전
4. 체계적 성찰
주요 참고문헌
사항 색인
인명 색인
글쓴이 위르겐 베르비크Jürgen Werbick
1946년 루트비히스하펜 출생. 마인츠, 뮌헨, 취리히에서 신학 공부. 하인리히 프리스Heinrich Fries를 지도 교수로 박사 학위 취득(1973). 1973년부터 1975년까지 뮌헨의 한 공동체에서 사목 보조자로 활동. 그 후 1981년 말까지 뮌헨 대학교 사목신학 연구소의 학술 조교로 근무. 1981년 말 뮌헨 대학교 가톨릭 신학부에서 기초신학과 교회일치 신학 분야의 교수 자격 취득. 이어서 지겐 대학교/통합대학의 조직신학 교수로 재직. 1983년부터 『설교자와 교리교사』 편집위원. 1994년부터 뮌스터의 베스트팔렌 빌헬름 대학교 가톨릭 신학부의 기초신학 교수.
글쓴이 도로테아 자틀러Dorothea Sattler
1961년 코블렌츠 출생. 프라이부르크(i. Brsg)와 마인츠에서 신학과 라틴문학 공부. 1987년부터 1996년까지 마인츠 대학교 가톨릭 신학부의 비전임 교원. 1992년 신학 박사 학위, 1996년에는 교의학과 교회일치 신학 분야의 교수 자격 취득. 1996년 베를린 자유대학 초빙 교수.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부퍼탈 대학교/통합대학의 조직신학과 종교교육학 교수. 2000년부터 뮌스터 대학교의 교회일치 신학 교수.
글쓴이 테오도어 슈나이더Theodor Schneider
1930년 에센 출생. 본과 프라이부르크에서 철학과 신학 공부. 쾰른에서 사제 서품(1956). 뮌스터에서 신학 박사 학위(1966), 그리고 보훔에서 교의학과 교의사 분야의 교수 자격 취득(1970). 1971년부터 마인츠 대학교 가톨릭 신학부의 교의학 교수. 1984년부터는 확충된 ‘교의학과 교회일치 신학’ 분야 교수 겸임. 1998년 9월 31일 정년 퇴임. 현재 ‘개신교와 가톨릭 신학자들의 교회일치 연구 동아리’의 가톨릭 측 좌장.
옮긴이 이종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신학부에서 수학했다. 『경향잡지』 기자와 서강대학교·성심여자대학교 강사를 역임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제16회 한국가톨릭학술상 번역상을 수상했다.
분도출판사에서 펴낸 역서로는 카알 바르트의 『볼프강 아마데우스』, 메다르트 켈의 『교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스 큉의 『믿나이다』, 『그리스도교』, 『그리스도교 여성사』(공역), 『나는 무엇을 믿는가』, 라이문트 슈봐거의 『사냥꾼의 올가미에서 벗어나』, 클라우스 샤츠의 『보편 공의회사』, 요아힘 그닐카의 『바울로』, 안셀름 그륀의 『사도 바오로와 그리스도 체험』, 『주님의 기도』 등이 있다.